'홍명보 감독님 어서 오세요.'
17일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1부리그) 항저우 그린타운FC 홈페이지에는 홍명보(4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팔을 쭉 뻗어 선수를 지휘하는 예전 사진과 함께 한글 환영 인사가 떴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1년 반 만에 홍 감독이 그라운드에 복귀한다는 신호탄이었다.
16일부터 이틀간 최종 협상 끝에 내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을 맡기로 계약했다. 중국 언론은 지난달 항저우가 홍 감독과 접촉한다는 소식을 전할 때부터 연봉 150만달러(약 17억7000만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항저우는 연간 1000억원대 예산을 쓰는 광저우 헝다나 베이징 궈안 같은 빅클럽이 아니다. 올 시즌 11위를 기록한 중하위권 팀이다. 하지만 약 2500억원을 들여 지은 축구 센터를 통해 유망주를 길러내는 '중국 축구 사관학교'로 통한다. 그동안 중국 국가대표 12명을 비롯해 연령별 대표 159명을 배출했다. 축구굴기를 꿈꾸는 중국의 수퍼리그에는 박태하(옌볜), 장외룡(충칭) 감독을 포함해 모두 3명의 한국 감독이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홍 감독은 "중국도 처음이고, 클럽 감독도 처음"이라며 "당장의 성적보다 탄탄한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지향적인 팀을 만들어달라는 구단과 의견이 맞았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이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동안 명예를 위해 축구를 하진 않았다"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다 내려놓고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명보는 이제 축구 인생 3막을 낯선 중국에서 시작하게 됐다. 처음 클럽팀 감독을 맡아 지도력을 재검증받게 됐다.
현역 시절 홍명보는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최고 스타였다. '아시아의 리베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4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2002년 월드컵에서는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일궜다. 2006년 독일월드컵 코치로 시작한 지도자 생활은 그를 롤러코스터에 올려놓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선사한 감독으로 영웅이 됐지만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떠맡은 대표팀은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올림픽 대표 출신 등 자신과 인연이 있는 선수만 기용한다는 '의리 축구' 논란은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는 "축구로 얻은 명성을 축구로 잃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며 쓸쓸히 퇴장했다. 한동안 "사람들이 날 보는 걸 싫어할까 봐 화물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있다"며 대인기피증을 호소한 적도 있다. 그래도 10년 넘게 이어온 자선축구대회와 수비수 육성 프로그램은 꼬박꼬박 챙겼다. 홍명보는 오는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여는 자선축구대회를 통해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